사무실은 이면 도로 코너에 위치한 작은 대지에 신축으로 지어진 4층 건물의 옥탑층에 있다. 대지의 전면에는 1호선 전철을 비롯한 많은 기차들이 지나다니는 철길이 있고, 더불어 이 철길을 넘어가는 고가도로도 있어 금속 또는 고무로 만들어진 바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이 근방의 집들은 모두 창문을 닫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모두에게서 차단된 테라스에 나와 그 무거운 쇳덩어리들이 어디론가 가는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게 된다. 정해져 있을 시간, 주어진 선로. 보이지 않는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을 시스템을 상상해본다.
이런 공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하는 작업의 대부분은 컴퓨터에서 이루어지는데, 어떤 작업을 하든지 거의 항상 윈도우 ‘작업 관리자’를 한 구석에 띄워놓고 작업한다. 이는 컴퓨터의 CPU, RAM, 디스크, 네트워크 등을 실시간 그래프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거기에 CPU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으면 ‘이 비싼 컴퓨터를 제대로 잘 활용하고 있구나’ 같은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RAM이 부족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 그때 좀 더 넉넉하게 살 걸’ 같은 후회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류 흐름의 여부에 따라 0과 1로 표현되는 숫자의 세계. 이 0과 1이 SSD, RAM 그리고 CPU 안의 CACHE, REGISTER로 옮겨다니며 약속된 명령어 셋과 마주치는 것으로 크롬 브라우저에서 유튜브 음악을 틀어준다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신기하다.
한편 LLM이 만들어내는 글자들이 코드가 되어 3D 모델링을 하는 이 시점에 무엇인들 신기할 게 더 있을까. 요즘은 철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claude, gpt, grok, composer…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의 모델들에게 또 각각의 페르소나를 부여하여 그것들(항상 고민이다. 그들이라고 해야 할지)이 나누고 있는 토론의 장을 보고 있노라면 창 밖의 거대한 쇳덩어리들이 만들어내는 세계 만큼 큰 세상이 이 안에 있을 수도 있겠다. 이 모니터 안 세상에서 나는 architect일까. 아니면 그것들과 똑같이 토큰을 뱉어내는 object일까. 어차피 현실에서도 architect이자 object이기에 이를 구분하는 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
나의 호출로 여러 모델들의 난상토론으로 만들어진 object가 랜선을 통해 나가고, 그 object가 또 새로운 object를 만들어내며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길.
